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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9

나는 이곳에 어울리는 사람일까라는 물음 누구나 입에 흔히 올리지는 않지만 자신이 이곳에 속해있어도 괜찮은지 무사히 "무리"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의심하고 걱정하고 확인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 나 또한 그렇다. 아니 더 심하리라 생각한다 거의 인생의 반을 보낸 바다건너 타향살이에 끊임없이 눈치보고 관계에 대해 계산하고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 "밖은 훨씬 더 지옥이야"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돼" "웬만하면 참아" ​ 그런 말을 스스로에게도 계속다그치듯이 그렇게 해왔지만 이젠 거기에서 벗어나보려고. 안 죽는다는 걸 보여주려고. ​ 2023. 3. 28.
아침의 주인들 사무실에 가기 싫다. ​ 감사하게도 재택근무가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래서 사무실에 간다해도 아는 동료가 출근해 있거나 같은 회의실에서 몇 시간이나 같이 보내야하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사무실은 싫다. ​ 긴장되고 실망했던 기억들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인터넷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음료수도 마음대로 마실 수 있고 쾌적한 사무실임에도 불구하고 사무실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 그래서 집주변의 B체인 커피집으로 간다. 학생 때부터 업계 최저가격의 아메리칸으로 보듬어주시고 코로나 후 인플레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저가를 자랑중이다.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불 개고 양치질하고 샤워하고 커피집에 간다. 라고 루틴을 정하니 하루종일 우울해서 누워있는 일도 줄고 좋은 것 같다. ​ 몇 번 그렇게 반복을.. 2023. 3. 27.
토요일 아침에 퇴사와 죽음 생각하기 ​ 계속 기분이 가라앉고 명확하지도 않은 앞날에 대해서 걱정되고 불안한 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 그래도 생각해보면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10대 중고등학생 시절에서부터 서서히 습득되어 10년 넘는 직장생활내내 얼굴을 같이 맞대어온 불안이니 새삼스러울 일이 없다. ​ 어제는 호스피스병동 의사의 인생은 유한하고 언젠간 죽는다는 강의와 대기업회사를 후회하는 30대 남성의 절대 퇴사하지마세요 동영상을 봤다. 업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이겨내려고 들은 건데 삶 전체에 대한 압박이 더 늘었으면 늘은 거지 싶다. ​ 그래도 하루지나 이렇게 아침에 퇴사를 생각하니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니 조금은 더 가벼워진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2PR5G5-7rEg 2023. 3. 25.
도시근로자의 망명처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노동자이지만 대도시에의 집세와 물가를 견디는 대가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 ​ 군주들의 것이었던 궁전과 정원과 나이 많은 나무들이 있는 공원, 여성은 대상화되고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미미한 미술관, 약탈하고 탈취해 온 것들이 있는 박물관, 부동산 재벌들의 보드게임 말같은 영화관 ​ 일을 서둘러 끝맞추기 무섭게 그 곳으로 달려가서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었다 ​ 휴일만 되면 악착같이 찾아가 일터에서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았다. ​ 이렇게라도 잠시라도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곳이 있어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해야지 생각해야하고말고 ​ 삶에서 도망칠 수도 없으니 시간이 나는대로 틈틈히 그렇게 도시 속으로 깊게 깊게 파고든다. 숨어든다.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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