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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잡기: 숨쉬고 눈뜨고

도시근로자의 망명처

by 걸어도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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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노동자이지만

대도시에의 집세와 물가를 견디는 대가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군주들의 것이었던 궁전과 정원과

나이 많은 나무들이 있는 공원,

여성은 대상화되고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미미한 미술관,

약탈하고 탈취해 온 것들이 있는 박물관,

부동산 재벌들의 보드게임 말같은 영화관

일을 서둘러 끝맞추기 무섭게 그 곳으로 달려가서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었다

휴일만 되면 악착같이 찾아가

일터에서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았다.

이렇게라도 잠시라도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곳이 있어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해야지

생각해야하고말고

삶에서 도망칠 수도 없으니

시간이 나는대로

틈틈히 그렇게 도시 속으로

깊게 깊게

파고든다.

숨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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