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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6

나는 이곳에 어울리는 사람일까라는 물음 누구나 입에 흔히 올리지는 않지만 자신이 이곳에 속해있어도 괜찮은지 무사히 "무리"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의심하고 걱정하고 확인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 나 또한 그렇다. 아니 더 심하리라 생각한다 거의 인생의 반을 보낸 바다건너 타향살이에 끊임없이 눈치보고 관계에 대해 계산하고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 "밖은 훨씬 더 지옥이야"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돼" "웬만하면 참아" ​ 그런 말을 스스로에게도 계속다그치듯이 그렇게 해왔지만 이젠 거기에서 벗어나보려고. 안 죽는다는 걸 보여주려고. ​ 2023. 3. 28.
토요일 아침에 퇴사와 죽음 생각하기 ​ 계속 기분이 가라앉고 명확하지도 않은 앞날에 대해서 걱정되고 불안한 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 그래도 생각해보면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10대 중고등학생 시절에서부터 서서히 습득되어 10년 넘는 직장생활내내 얼굴을 같이 맞대어온 불안이니 새삼스러울 일이 없다. ​ 어제는 호스피스병동 의사의 인생은 유한하고 언젠간 죽는다는 강의와 대기업회사를 후회하는 30대 남성의 절대 퇴사하지마세요 동영상을 봤다. 업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이겨내려고 들은 건데 삶 전체에 대한 압박이 더 늘었으면 늘은 거지 싶다. ​ 그래도 하루지나 이렇게 아침에 퇴사를 생각하니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니 조금은 더 가벼워진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2PR5G5-7rEg 2023. 3. 25.
도시근로자의 망명처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노동자이지만 대도시에의 집세와 물가를 견디는 대가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 ​ 군주들의 것이었던 궁전과 정원과 나이 많은 나무들이 있는 공원, 여성은 대상화되고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미미한 미술관, 약탈하고 탈취해 온 것들이 있는 박물관, 부동산 재벌들의 보드게임 말같은 영화관 ​ 일을 서둘러 끝맞추기 무섭게 그 곳으로 달려가서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었다 ​ 휴일만 되면 악착같이 찾아가 일터에서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았다. ​ 이렇게라도 잠시라도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곳이 있어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해야지 생각해야하고말고 ​ 삶에서 도망칠 수도 없으니 시간이 나는대로 틈틈히 그렇게 도시 속으로 깊게 깊게 파고든다. 숨어든다. 2023. 3. 13.
우리가 사는 곳 동료가 이사한다는 말을 하며 이번 맨션(한국의 아파트같은 곳을 뜻함)은 조식이 제공된다고 했다. 한국도 일본도 그런 곳이 있는 건 알지만 앞으로 그런 곳으로 이사한다는 사람은 처음이어서 놀랐다. 부러움이 생기면서 동시에 나도 파트너가 있다면 반반씩 지불해서 부담을 줄여 들어갈 수 있었을 것 같고 나도 사업체가 있다면 경비처리가 가능했겠지 같고 이것저것 머리속에서 계산을 굴렸다. 자본주의는 귀찮다. 경제약자들은 착취당하지 않게 공부하고 움직이고 일상을 잘게 쪼개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고 싸워나가야한다.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건축가들이 구상했던 모두를 위한 기능적이고 일률적이고 심플하고 그래서 아름다운 공동주택이 분배되었으면 좋겠다. 2023.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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