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에세이18

도시근로자의 망명처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노동자이지만 대도시에의 집세와 물가를 견디는 대가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 ​ 군주들의 것이었던 궁전과 정원과 나이 많은 나무들이 있는 공원, 여성은 대상화되고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미미한 미술관, 약탈하고 탈취해 온 것들이 있는 박물관, 부동산 재벌들의 보드게임 말같은 영화관 ​ 일을 서둘러 끝맞추기 무섭게 그 곳으로 달려가서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었다 ​ 휴일만 되면 악착같이 찾아가 일터에서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았다. ​ 이렇게라도 잠시라도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곳이 있어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해야지 생각해야하고말고 ​ 삶에서 도망칠 수도 없으니 시간이 나는대로 틈틈히 그렇게 도시 속으로 깊게 깊게 파고든다. 숨어든다. 2023. 3. 13.
우리가 사는 곳 동료가 이사한다는 말을 하며 이번 맨션(한국의 아파트같은 곳을 뜻함)은 조식이 제공된다고 했다. 한국도 일본도 그런 곳이 있는 건 알지만 앞으로 그런 곳으로 이사한다는 사람은 처음이어서 놀랐다. 부러움이 생기면서 동시에 나도 파트너가 있다면 반반씩 지불해서 부담을 줄여 들어갈 수 있었을 것 같고 나도 사업체가 있다면 경비처리가 가능했겠지 같고 이것저것 머리속에서 계산을 굴렸다. 자본주의는 귀찮다. 경제약자들은 착취당하지 않게 공부하고 움직이고 일상을 잘게 쪼개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고 싸워나가야한다.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건축가들이 구상했던 모두를 위한 기능적이고 일률적이고 심플하고 그래서 아름다운 공동주택이 분배되었으면 좋겠다. 2023. 3. 12.
80년대 동화전집세트와 2020년대 유튜브 신주쿠에서 쾌속열차로 17분, 보통열차로 30분 걸린 곳에서 살다가 그나마 도심으로 옮긴지 8개월정도 되어간다. 아침 아주 일찍 사무실로 나가 레버넌트의 원작소설을 적었던 작가처럼 매일 2시간에서 4시간 자기만의 작업을 끝내고 일을 시작하려 했던 포부는 시들해졌다 ​ 30분 남짓되지만 도쿄를 코로나가 끝난 후의 통근열차를 타고 남북으로 가로질러 가는게 버거웠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가난의 이유를 게으름으로 들었지만 새벽열차에는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 동네 체인 커피숍(카페가 아니라 커피숍이 더 맞는 것 같아 이리쓴다)은 학생 때에 비하면 1.7배정도 커피가격이 올랐지만 그래도 커피체인 중에서는 꽤나 저렴한 편에 속한다. ​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선율이 들려왔다 브람스의 자장가였다. .. 2023. 3. 10.
재즈킷사에서 - 도쿄 요츠야 이글 ​ 오랜만에 재즈킷사 에 왔다. ​ 지금까지 총 3번 방문했는데 금연이고 깨끗하고 스피커상태도 마음에 들고 밥도 맛있고 테이블웨어도 쏘옥 마음에 드는 가게는 드물다. ​ 오늘은 일이 고되어서 생각같이 잘 안 풀어져서 큰 연주음악 속에 스스로를 밀어넣고 싶었는데 평일이서 그런지 혼자가 아니라 동행과 온 팀이 두팀이나 있었다. ​ 보통 혼자와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거나 와인에 파스타를 곁들여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데 그 속에 캐쥬얼한 옷차림에 중년여성 둘과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앳된 여학생하나 남학생하나 이렇게 둘 이런 일행들이 있었다. ​ 학생들은 아마 도쿄에 나오기 전의 살던 곳, 그곳이 학교(고등학교?)이야기를 하는데 들뜬 느낌에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강하게 느껴.. 2023. 3. 1.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