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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잡기: 숨쉬고 눈뜨고

핼러윈, 일인가구가 새로운 명절을 보내는 방법

by 걸어도 202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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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명절은 다인가구가 주인공이다. 일인가구가 발 디딜 곳은 없다.

 

일인가구가 명절을 온전히 즐기기에는 드는 비용과 수고가 만만치 않으며 무엇보다 어딘가 사람 힘 빠지게 하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칠면조는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으며 추석에 송편을 먹겠다고 떡을 쪄오고 빚는 일은 그렇게까지야… 할 정도의 규모의 일이 된다.

 

핼러윈 또한 다른 명절과 같이 일인가구에게 가차 없다. 호박모양을 한 인테리어 소품을 사서 꾸미고 잘 보관해두었다가 다음 해에 또 꺼내는 일이나 핼러윈의 메인이벤트, 분장한 어린이들에게 사탕과 초콜릿을 나누어주는 일은 동아시아의 대도시의 좁고 좁은 독신자용 아파트를 배경으로는 일어나기도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일인가구도 핼러윈을 즐길 수 있다고 반문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최근 10 년간 자본주의와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힘입어 동아시아의 대도시, 예를 들면 서울과 도쿄에서는 젊은이들이 분장을 하고 그 모습을 SNS에 업로드하고 즐기는 문화가 빠르게 형성되었다. 도시의 번화가가 입장료 없는 유원지가 된 셈이다. 그렇게 핼러윈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젊은이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뿐더러 코로나 이후로 개최가 금지되는 등의 제재로 인해 여전히 일인가구에게는 다른 세상 일처럼 느껴진다.

 

비용적 시간적 여유도 없는 일인가구는 명절을 특히나 핼러윈 같은 새로운 명절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자본주의는 그런 우리들을 겨냥해서 매년 많은 선택지를 마련해주니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되겠다. 핼러윈의 걸맞게 이불보 유령이나 호박, 박쥐 등을 모델로 한 작은 디저트를 사거나 밤이나 감 같은 가을이 제철인 재료를 쓴 음식을 만들거나 먹어도 좋겠다. 또 핼러윈 본래의 의미에 맞춰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명절이 가부장제도를 더 굳건히 하고 다인가구의 형태를 띠고 있지 않은 이들을 소외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명절은 지금의 계절과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고 또 마음껏 즐기게 해 준다. 혼자 시간과 공간을 꾸려나갈 일이 비교적 더 많은 일인가구야 말로 명절에 맞춰 계절을 느끼고 즐김으로써 명절을 잘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핼러윈은 많아야 100번 정도일 테니 재밌게 보내자. 

 

해피 핼러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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