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칸 Compartment Number 6
Juho Kuosmanen
러시아 핀란드 영화라고해서 어떤 건지 가늠도 못하고
그냥 그런 메이저한 영화는 아니려니하고 있다가
평소 팔로하는 분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보러갔다.
https://twitter.com/summeridin/status/1626859349875519492?s=20
트위터에서 즐기는 odd
“넘 깔끔하고 아름답게 잘 만들어진 이야기였다 시간 흐르는줄 모르게 완전히 빠져서 나도 기차여행에 같이 올라타 두 남녀의 기묘한 룸쉐어를 옆테이블 대화에 귀 기울이듯 지켜보는거 같은
twitter.com
![](https://blog.kakaocdn.net/dn/bvH5dO/btr0NNFV4G1/XgDjKSsuGpiTgVrRDKhtwK/img.jpg)
한국에서는 2023년 3월 8일 개봉이라는데
일본 도쿄에서는 2월까지라고 해서 급하게 보러 갔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핀란드 여자가 모스크바에 연인을 두고
혼자서 암각화를 보러가는 기차여행길에서
같은 열차칸에서 러시아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https://blog.kakaocdn.net/dn/yT7DR/btr0NISas7t/fUFYk9LhDLLmzkKpBFiyhK/img.jpg)
여행이야기라는 점, 다른 사람들끼리 만난다는 점에서
새로운 <비포선라이즈>라고 평하는 글들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비포선라이즈>쪽이 너무 안온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배경이 90년대로
카세트 테이프, 캠코더의 비디오테이프, 신문, 공중전화 등이 등장한다.
영화를 예쁘게 만드는 그런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소품과 같이 쓰이기도 하지만
이야기 상에서도 시간설정이 아주 중요하다.
현대가 배경이었으면 스마트폰이 있었을 거고
미리 검색했을 거고
에스엔에스를 했었을 거고
무려 동영상 통화를 했을지도 모르고
기차도 안 탔을 거고
...
이렇게 적다보니 모든 로맨틱한 부분은
이전 세기에 다 두고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욕심없고 소박하기까지한 면도 있는 영화긴 하지만 그렇다고
듀나 선생님이 쓰신 표현처럼 케이크위의 설탕과자 같이 예쁘고 가볍기만 한 영화가 아니다.
태고의 시대부터 사람이 그림을 그려오고 또 그림을 본다는 것에 대해
철학적으로 좋은 해석을 붙이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 같다.
덧붙이자면 연인들의 관계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
연인과 자신의 다른 점, 달라서 좋은 점, 그래서 동경하게 되는 것에 대한 묘사와
점점 멀어져가는 연인에 느끼는 서운함이나 외로움에 대해서
이렇게 가깝게 느껴지는 영화도 이제까지 없었던 것 같다.
벌써 1년 넘는 전쟁으로 유럽에 가는 것조차 훨씬 더 어려워졌고
또 인터넷에 영상과 글이 넘쳐날 열차여행기를 두고 굳이 침대열차에 탈 것인지
또 거기에 우연한 만남이 과연 21세기에 존재나 할 것 인지
그런 점들이 이 영화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추위가 남아있을 때 영화관에 꼭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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