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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독후감: 읽고쓰고

[책로그] 계속해보겠습니다 - 황정은 장편소설 창비

by 걸어도 2022.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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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인생의 본질이란다. 허망하고.

그런 것이 인간의 삶임으로 무엇에도 애쓸 필요가 없단다.

대미지라니, 이상한 순간에 영어를 사용하네...귀여워

너는 어디에 있나. 여태 그곳에 있나.

수년 전 내가 머물던 도시, 일상적으로 지진이 경고되던 땅.

아직 그곳에 있을까. 그곳이 이 밤, 흔들렸을까

"이것은 감촉에 관한 기억이고 열망이므로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 이다.

사라지더라도 맨 마지막에 사라질 것이다.

마지막에야 사라질 것이다."

너는 그 엽서들을 어떻게 했을까. 버렸을 것이다.

버리거나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 엽서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너는 어디에 있나.

번화가엔 사람이 많았지.

이따금 지진으로 흔들리면서 나는 일하고 먹고 잤지...(생략)...

자신들과 다른 국적을 가지지 않은 동양인이라는 것을

눈치채면 표정이 싸늘해졌지

비 내린다 도쿄는 오늘 흔들렸다

여기선 곱창요리를 호르몬이라고 불러.

나는 호르몬을 나른다.

황정은의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를 읽었다.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았고

<야만적인 앨리스씨>의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수긍했다.

짧고 군더더기없는 문체에 실생활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구어체의 대화들...

몇 페이지 읽었을 때는 아주 가볍고 작은 소품같은 소설일까 짚어넘겼는데 아주 깊고 어두웠다.


주인공 중 하나는 도쿄에 살았던 적이있다.

나도 도쿄에 살았었고 나는 지금도 도쿄에 살고 있다.

일상적으로 지진이 경고되는 땅에 살면서 먹고 일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나도 엽서를 써서 보냈다. 답장이 오지 않는 엽서도 있었다.

아마 다시는 느끼지 못할 감촉을 그리워하고

책에서 마지막에야 그 그리움이 사라질 거라는 말에

절망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주인공은 세 명.

소라, 나나, 나기로 다소 특이한 이름을 가진 이들이다.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처음에 자신의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한다.

한자표기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도 너무나 현대의 한국적이어서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기도하고

가볍게 보이고 또 마치 발랄한 순정만화의 주인공 이름일 것 같은 이들이 이 이름을 가지게 된 연유는 어이없기도하고 슬프기도하고 그렇다.

결국 이 이야기는 우리가 태어나서 이름을 지어받고 관계를 맺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무엇을 남길까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소설과 영화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이며 세상의 모든 이들이 지금까지 고분분투하고 있는 것이며

우리가 세상을 떠날 날까지 찾지 못한 문제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깊고 어둡다고 표현했지만 마냥 어둡지많은 않다.

흔히 마지막에 남겨진 희망, 새 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진부하고 따분하지 않다.

소라, 나나, 나기의 비극과 희극과 자극없는 일상 모두에 우리를 조금씩 비춰볼 수 있다.

우리도 계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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